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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경제, 투자 공부

[경제 공부] 글로벌 인플레이션 제대로 해석하기: 캉티용 효과, 가격전가력 (김일구의 쩐쟁, STEPS)

by The Raven 2022. 5. 8.

한화투자증권 김일구 상무님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설명 영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우리 곁에 머물게 될 경우, 우리는 직업과 투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단순히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길게 보면 이는 맞는 얘기이지만,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모든 물건의 값이 오르는 데에는 아주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물건의 가격은 똑같이 오르지 않는다. 예를 들어 휘발유와 같은 에너지 가격은 금방 오르지만, 월급은 가장 늦게 올라간다. 따라서 가격이 올라가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업은 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가격을 먼저 올릴수 있는 기업이나 업종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역사 속에서의 인플레이션의 예

16세기 초부터 110년간은 가격혁명이라 부를 정도의 인플레이션 시기였다. 이 시기 외에도 전쟁이 일어나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라 함은 단순한 물가 상승, 물가 급등과는 다르다. 지속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면서 화폐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인플레이션이라 볼 수 있다. 
1520년부터 1630년까지 110년간 물건의 전반적인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가격 혁명'이라 불린 이러한 가격의 변화는 사회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이 시기의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중남미에서 금과 은이 밀려 들어오고 화폐가 늘어나면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단순한 화폐의 증가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대항해시대 유럽으로 대규모의 금이 유입됨.

이 110년간 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1.3%였다. 1520년 이전 300년 동안 유럽의 물가 상승률은 0.3%였다. 그리고 1630년 이후 300년 동안의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0.2%였다.
0.2%씩 물가가 오르면 300년간 올라도 물가가 두 배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1.3%씩 오르면 110년 만에 물가는 4배로 뛴다. 
이 110년간 사회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산업과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사라져 갔다. 
당시에는 흑사병이 끝나면서 도시의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들고 수명이 늘어나면서 제일 먼저 곡물의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젠트리(gentry)들은 농지를 대규모로 매입하고 높은 급여로 농부들을 고용하여 곡물 생산량이 증가시켰다. 이 과정에서 젠트리들은 크게 성장하였고, 서유럽의 자본주의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Mr and Mrs Andrews (1748-49): 영국 화가 Thomas Gainsborough가 그린 그림으로 대규모 농지를 소유한 젠트리의 모습을 묘사

이렇게 서유럽이 자본주의를 싹 튀우는 사이 동유럽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서유럽은 절대 왕정 체제에서 영주들의 권한이 제한적이었고 반대로 농민들은 소작농, 자유 농민의 신분을 누리는 상황이었다. 반면 동유럽은 영주의 힘이 강하고 농민들은 땅에 묶여있는 농노와 같아서 주거 이전의 자유도 없었으며 여러 가지 삶의 제약이 있었다. 그래서 곡물 가격의 급등에도 영주 밑에서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들이 쉽게 오지 못 하였고, 곡물 생산량의 증가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즉 곡물 가격 급등의 수혜를 입을 수 없었다. 이후 동유럽이 서유럽을 따라간 것은 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 러시아의 표트르 1세, 예카테리나 2세와 같은 계몽 군주들이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나라를 근대화 시킨 이후이다. 

왼쪽부터 프리드리히 2세, 표트프 1세, 예카테리나 2세

이렇게 인플레이션은 사회 전반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연구한 프랑스의 학자 캉티용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모든 것의 가격이 같이 오르지 않으며, 가격이 먼저 오르는 것과 나중에 오르는 것이 있다고 말하였다. 
여기서 '나중'이란 1, 2년이 아니라 100년, 200년 일 수 있다. 즉, 인플레이션은 누군가에게는 이득이, 또 누군가에게는 손해가 된다. 따라서 앞으로 인플레이션은 '물건 가격이 오른다,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란 생각을 버리고 인플레이션 = 캉티용 효과라고 생각해야 한다. 

리처드 캉티용 (1680~1734)

그럼 이러한 인플레이션의 시대에 투자와 우리의 삷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디플레이션 시기에 키워드는 '혁신'이다. 제조업 입장에서 디플레이션 시기에는 물건을 만들어놓으면 물건의 판매 가격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 시기를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들은 스스로 자기 비용을 낮춰야 한다. 그래야 전반적으로 물건 가격이 떨어지는 것에 내가 맞춰나갈 수 있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은 혁신을 말하는 기업. 즉 성장주에 투자해왔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자기 비용을 낮추기가 어렵다. 결국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나에게 가중된 비용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겨야 한다. 
예를 들어, 밀가루 가격이 상승하면 라면값을 올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회사가 가격을 올리면 사람들이 우리 라면을 사먹을까? 다른 회사가 안 올렸는데 내가 올릴 수 있을까? 
즉, 가격을 먼저 올릴 수 있는 회사가 가격 전가력(프라이싱 파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원자재의 상당수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다시 상당수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상황에서, 높아진 수입 가격만큼 수출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이는 흥하는 기업(산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왜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사지 않느냐는 말이 많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만큼의 가격 전가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수입 물가는 올라가는데 수출 물가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 인플레이션에 의해 기업의 이익이 깎여 내려갈 위험이 크다. 

인플레이션 시기의 투자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게 보면 맞는 말일 수 있다. 물건을 더 비싸게 팔 수 있으면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고 주가도 상승하겠지만, 이는 많은 시간이 지나고 그 기업이 살아남았을 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인플레이션 시기에 무조건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은 틀린 것이다. 인플레이션 시기 동안 물건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자기 비용만 계속 증가하는 기업은 망할것이다. 
국가별 상황을 보면, 인플레이션 초기 국면에서 러시아의 경우 유가가 올라가면서 그 비용을 남한테 전가시키고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미국의 금융제재가 있고 유럽도 에너지 독립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애매하다.)
중국의 경우, 해외에서 많은 자원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맥락으로 유럽, 한국, 일본도 에너지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만드는 물건을 에너지 가격이 올라간 것을 다 보상받을 만큼 빠른 속도로 비용을 소비자들한테 떠넘길 수 있으면 괜찮겠지만, 그것이 잘 안 되는 나라의 경제는 둔화되고 통화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들 나라가 올라간 비용을 어느 시점에 잘 떠넘기는지 관찰해야 한다. 

신흥국과 선진국
신흥국은 주요 물건을 만들어 팔고, 선진국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를 주로 만든다. 서비스업의 경우 가격을 신축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선진국들의 서비스는 가격을 쉽고 올릴 수 있고 이익의 감소를 줄일수 있다. 반면, 제조업을 통해 나오는 제품은 가격이 어느 정도 고정적이기 때문에 이익의 감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인플레이션 초기에는 선진국보다 신흥국이 불리한 입장이다. 신흥국들이 어느 시점에 자신들의 비용을 떠 넘기는지 관찰해야 한다.   

수출입 물가지수 그래프

현재 수출물가지수, 수입물가지수를 비교하면 수입물가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즉 우리는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손해를 보고 있다. 캉티용 효과에서 손해를 보는 쪽에 우리도 걸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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