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는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소설 오브리-머투린(Aubrey-Maturin) 시리즈를 영화화한 2003년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제1권의 제목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시리즈 전반에 걸쳐 여러 에피소드의 내용을 가져와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개봉될 때는 '위대한 정복자'란 부제가 붙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왜 이런 부제를 붙였는지 모르겠다. (부제만 보면 영화에 나폴레옹이 나오는 줄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국내 배급사에서 그걸 노린 건지도...)
원래 영화의 부제는 'The Far Side of the World'(세상의 머나먼 저편)으로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제10권의 제목이다.
간단한 줄거리
1806년 영군 해군 소속 HMS 서프라이즈 호의 함장 잭 오브리는 상부로부터 프랑스의 사략선 아케론(Archeron)을 추격해서 격침시키거나 나포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HMS 서프라이즈 호는 아케론을 찾아내어 격전을 벌이지만, 압도적인 화력과 기동성을 지닌 적함에 호되게 당하고 안갯속에 배를 숨겨 겨우 살아남는다.
선원들 사이에서는 아케론이 유령이 모는 배라는 얘기가 떠돌고 장교들 조차도 서프라이즈 호로는 대적할 수 없는 상대라고 겁을 먹지만 잭 오브리 함장은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추격한 끝에 결국 아케론과 다시 조우하게 되는데...
감상평
19세기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를 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바로 처절했던 당시의 선상 생활과 범선의 경이로운 돛 운용이 그것이다.
범선이나 항해를 다룬 많은 대중문화 매체의 영향으로 대항해시대, 범선의 시대는 일견 꿈과 모험이 가득한 낭만의 시대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당시의 선원들은 얼마나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근무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돛이 찢길 만큼 거센 바람이 부는 풍랑 지대에서는 갑판 위에서 밧줄을 잡거나 돛대 위로 올라가야 하며,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무풍지대에서는 하늘에 운명을 맡긴 채 갈증과 굶주림에 시달리면서 바람이 불기 만을 기다리는 게 당시 선원들의 삶이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자원자들로만 선원을 구성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고, 많은 경우 납치와 협박 등 반 강제적인 방법으로 선원을 조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자체적인 동력 없이 오로지 돛을 미는 바람의 힘만으로 대양을 건너는 범선을 보면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의지의 정점을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영화에서도 잘 표현되어 있지만, 이 시기가 되면 범선에는 다양한 형태의 돛이 달리고 그것들을 제어하기 위한 현기증이 날 정도로 많은 밧줄이 돛에 연결된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의 범선을 명확한 지휘체계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운용하는 선원들을 보면 당시에 대형 범선의 선원들이 얼마나 고도로 분업화되어 있었고, 숙련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USS 컨스티튜션 (USS Constitution)
영화에서 HMS 서프라이즈 호가 추격하는 함선은 '아케론'이라는 이름의 프랑스 사략선이었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미 해군의 프리깃함 USS 컨시티튜션(USS Constitution)이 서프라이즈 호와 격전을 벌인다.
USS 컨스티튜션은 실제 미 해군에 존재하는 함정으로 1791년에 건조되었고, 현재도 자력 항행이 가능한(!) 현존 최고(最古)의 군함입니다. 떠다니는 문화재
보스턴 항을 모항으로 하는 이 함정은 1812년 미영 전쟁에 참전하여 영국의 38문 프리깃함인 HMS 게리에르(HMS Guerriere)를 격파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미 해군의 프리깃함은 타국의 동일 함급에 비해 큰 덩치를 가졌는데, USS 컨스티튜션도 44문으로 무장하여 같은 프리깃함인 영국의 HMS 게리에르 대비 강력한 화력과 방어력을 지녔다.
참고로 이 전투는 미 해군 역사상 단일 함 대 함 전투로 거둔 첫 승리라고 한다.
등장인물, 출연진
잭 오브리(러셀 크로우) - HMS 서프라이즈 호의 함장으로 선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인물. 선원들을 배려하면서도 적절하게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어떤 환경에서도 선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타고난 리더십의 소유자이다.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아케론에 비해 전력상 열세임에도 끝까지 쫓아가는 집념을 보여준다.
오브리 함장 역은 글래디에이터, 뷰티풀 마인드로 2000년대 초 당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던 러셀 크로우가 맡았으며, 이 영화에서도 글래디에이터에서와 같이 마초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스티븐 머투린 (폴 베타니) - HMS 서프라이즈 호의 군의관으로 부상당한 선원의 두개골을 열어 뇌 수술을 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의 의사이며,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생물 채집에 열의를 보이는 등 군인보단 학자에 가까운 인물. 오브리 선장의 친구이면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간다고 하자 새로운 생물을 관찰할 생각에 몹시 설레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갈라파고스 섬에 사는 새의 퇴화된 날개, 곤충의 위장술에 대해서 신의 섭리라고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때는 찰스 다윈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대라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시로선 당연한 인식이었다.
머투린 박사 열을 맡은 폴 베타니는 이 영화 이후 크리에이션(2009년 개봉)이란 영화에 출연하는데 거기에선 찰스 다윈 역을 맡게 된다.
연출은 '죽은 시인의 사회', '트루먼 쇼'의 감독으로 유명한 피터 위어가 맡았다.
오브리-머투린 시리즈는 국내에서 3권까지 번역되었지만, 아쉽게도 2020년 현재는 모두 절판된 상태이다.
아래는 오브리-머투린 전체 시리즈 목록이다.
1. Master and Commander (1969)
2. Post Captain (1972)
3. HMS Surprise (1973)
4. The Mauritius Command (1977)
5. Desolation Island (1978)
6. The Fortune of War (1979)
7. The Surgeon's Mate (1980)
8. The Ionian Mission (1981)
9. Treason's Harbour (1983)
10. The Far Side of the World (1984)
11. The Reverse of the Medal (1986)
12. The Letter of Marque (1988)
13. The Thirteen-Gun Salute (1989)
14. The Nutmeg of Consolation (1991)
15. Clarissa Oakes (1992) – (The Truelove in the US)
16. The Wine-Dark Sea (1993)
17. The Commodore (1995)
18. The Yellow Admiral (1996)
19. The Hundred Days (1998)
20. Blue at the Mizzen (1999)
21. The Final Unfinished Voyage of Jack Aubrey (2004)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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