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리안'은 로마 제국과 게르만 민족 간의 갈등을 그린 TV 시리즈로 2020년 10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습니다.
독일에서 제작된 TV 시리즈로, 게르만 민족의 영웅인 아르미니우스와 로마 제국-게르만 민족 간 최대 규모의 전투였던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를 다뤘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시대극입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순위 차트를 제공하는 플릭스패트롤(flixpatrol.com)에서도 지난달(2020년 11월) 넷플릭스 TV쇼 부분 4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는데요, 본 시리즈에 대해 간단한 소개와 실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정리해보았습니다.
먼저, 바바리안이라는 용어부터 정리하면, 이 단어는 원래 야만인, 이방인이란 뜻을 가졌는데 고대 로마 제국에서는 자신들 주변의 타민족들(게르만족, 훈족, 프랑크족 등등)을 통칭해서 부르던 말이었다고 합니다. (마치 과거 중국이 자신들 주변 민족들을 전부 오랑캐라고 불렀듯이...)
기원 전후로 로마 제국은 게르마니아 지역에 군대를 파견하여 이 지역을 정벌하고 게르만 부족들을 복속시키려 하였습니다.
로마 제국은 이 지역의 안정화를 위해 새로운 총독으로 바루스를 파견하였는데, 바루스는 가혹한 통치과 반란 진압으로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바루스가 총독으로 온 이후 게르만 족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고, 과도한 공물을 요구하자 게르만의 여러 부족들은 로마에 큰 반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게르만의 각 부족들은 서로 반목하느라 전혀 통합되지 못하고 있어서, 거대한 로마 제국에 함부로 대항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게르만 케루스키족의 투스넬다(본 시리즈의 여주인공)는 어린 동생이 로마군에 의해 크게 다치자 로마군에 복수하기로 다짐합니다.
그리고 또 한 인물, 케루스키족 군장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로마에 볼모로 잡혀가 로마에서 성장한 아르미니우스는 로마 제국과 게르만 민족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질수록 이 두 세력 사이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이 TV 시리즈는 총 6부작으로 되어 있는데, 전반부에서는 로마 제국과 게르만 민족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과정을 주로 다루고 있고 두 세력 간의 본격적인 전투는 시리즈의 후반부(5~6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제6부 마지막 부분에 새로운 갈등의 요소를 남겨둔 걸로 봐서는 시즌 2가 제작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
** 스포일러 주의 **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의 결과는 본 TV 시리즈의 결말이기도 합니다. (역사가 스포...)
이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는 당연 로마 제국(17, 18, 19 군단)과 게르만 민족(부족 연합)이 맞붙은 토이토부르그 숲 전투라 할 수 있습니다.
게르만 지역을 정벌할 당시 로마의 황제는 아우구스투스(옥타비아누스)였는데, 그는 자신의 전임인 카이사르가 갈리아 지역을 정복했던 것처럼 자신도 로마 제국의 영토를 확장시키려 했고, 그 일환으로 게르마니아 지역을 정벌, 복속시키려 하였습니다.
로마 제국은 드루수스와 티베리우스를 게르마니아 지역에 파견하고 무려 11개 군단을 동원하여 이 지역을 정벌하였으나 여전히 저항의 불씨는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 서기 6년 발칸 반도에서 일리리아 대반란이 발생하여 게르마니아 지역에 있던 11개 군단 중 8개 군단이 발칸 반도로 이동하면서 게르마니아 지역에는 3개 군단만 남게 되었습니다.
아르미니우스는 이를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게르마니아 지역에서 로마 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 몰아내려고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아르미니우스는 사분오열되어 있던 게르만 부족들을 통합하는 한편 로마군을 게르마니아 지역 깊숙한 곳으로 유인하여 섬멸할 계획을 세웁니다.
로마 군단의 계절 이동 시기에 맞춰, 아르미니우스는 게르만 부족 중 일부가 로마 제국에 반기를 들었다며 이들을 토벌할 것을 바루스에게 제안하였고 바루스는 거기에 찬성하면서 아르미니우스에게 길 안내를 맡깁니다.
로마군 3개 군단은 아르미니우스가 안내하는 대로 게르마니아 지역 울창한 숲 속으로 이동하게 되고, 로마의 대군은 좁은 숲 속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뱀처럼 긴 행렬이 되었습니다.
아르미니우스는 게르만 족을 유인하겠다며 로마군에서 이탈해 게르만 족으로 넘어가고 이때부터 숲 속에 매복해있던 게르만 족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주로 개활지에서 전투를 벌여왔던 로마군 입장에서는 지형도 익숙하지 않고, 곳곳에서 숨어서 기다리고 있던 게르만 족에 의해 각개격파 당하면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었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로마 군단을 이끌고 있던 바루스는 행정 관료 출신이라 군 작전에는 미숙했기 때문에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이 전투의 결과로 로마 제국 3개 군단(17, 18, 19군단)은 말 그대로 소멸하였고, 로마 제국은 게르마니아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이 전투의 패배가 얼마나 뼈아팠는지 17, 18, 19 군단은 이후에도 영구히 재건되지 않았습니다.)
바루스를 비롯한 다수의 로마군 장교가 자결하였고, 대부분의 병사들은 도륙되어 극소수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로마 제국은 이후 게르만 지역 정벌을 완전히 포기하게 되면서 로마 제국의 북동쪽 경계는 라인강-알프스-다뉴브 강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아르미니우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아르미니우스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게르만 민족이 주요 구성원인 국가에서는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사실 아르미니우스란 이름은 로마식 표현이며, 독일에서는 주로 헤르만(Hermann)으로 불린다고 하네요.
나치 시절 히틀러가 아르미니우스를 숭배화한 전력이 있어, 전후 독일인들은 아르미니우스를 언급하길 꺼려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이렇게 독일에서 아르미니우스를 전면에 내세운 TV시리즈가 나온 것을 보면 그런 분위기는 많이 없어진 듯합니다.
로마군을 섬멸했던 토이토부르크 숲에는 현재 아르미니우스 기념상(헤르만 기념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기념상은 19세기에 세워졌는데 당시 독일은 내부 분열을 겪고 있었고 나폴레옹의 프랑스에 항복하면서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19세기 독일인들은 게르만 부족을 통합하여 로마에 맞선 아르미니우스처럼 자신들도 모두 단합하여 프랑스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유럽 역사, 전쟁사, 고대 전쟁을 다룬 시대극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TV 시리즈, '바바리안'이었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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