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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 음악, 게임 등)/영화 드라마

[영화] 비상 (2007)

by The Raven 2009. 8. 12.

먼저, 이 포스트는 영화 '비상'의 줄거리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이 영화는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2005년 시즌을 담은 다큐 영화입니다.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유)는 2003년에 창단되어 2004년부터 시즌에 참가한 신생팀이고 가난한 시민 구단입니다. 2004 시즌에는 13개 구단 중 12위를 하였죠.

팀이 가난하다보니 훈련 환경이 많이 열악합니다. 영화 중에 전지 훈련가는 모습이 나오는데, 숙소가 흔히 말하는 '장'급이었고, 연습 구장이 없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더군요;; 선수들은 이동하다가 파김치가 되버리곤 하죠.

스타 선수도 없습니다. 대부분이 무명 선수거나 나이 많은 퇴물 선수들입니다. 루저들이죠. 중간에 소속 선수 에이전트와 구단 단장과의 연봉 협상 장면이 나오는데,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곤 거리가 멉니다.

팀 전체에 드리워진 패배주의, 열악한 재정 상황, 절대적으로 떨어지는 전력. 하지만, 그 해 처음 지휘봉을 잡은 장외룡 감독은 이 K-리그 최하위팀을 각고의 노력으로 챔피온 결정전까지 올려 놓습니다.

사실 말이 안 되죠. 영화 줄거리로서는 매우 극적인 전개이고요. 시즌을 진행하면서 촬영도 같이 진행했기 때문에 당연히 영화 감독(임유철 감독)도 이 팀이 결승에 오를거라는 걸 알고 촬영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암튼, 인유는 2005 시즌 K-리그 챔피언 결정전까지 갑니다. 1차전은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있었죠. 저도 당시 그 곳에 있었습니다. 경기 결과는 참담했죠. 1:5 패배. 전반이 끝났을 때 이미 0:3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전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 해는 리버풀이 이스탄불의 기적을 만든 해 였거든요. (04/05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은 AC 밀란에 전반 0:3으로 뒤쳐졌지만, 후반에 세 골을 만회하고 결국 승부차기 끝에 우승하였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승전 상대 울산 현대의 이천수는 그야말로 날아댕겼고, 비록 한 골을 만회했지만, 패배를 막을 순 없었죠. (사실 결승전에 오른 것 자체가 기적.)

결승 2차전은 울산에서 있었고, 이 경기에서 인유는 2:1로 승리합니다. 하지만 1, 2차전 득점 합계에 따라 울산 현대가 우승을 차지하죠. 경기가 끝난 후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10여 분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라 볼 수 있습니다. 그 동안 고생한 선수도 울고 팬들도 울고 관객도 울죠. 저 역시 조용히 많이 울었습니다. 없는 자의 설움, 루저로 한탄하며 보냈던 시간, 다시 일어나 힘을 합쳐 우승의 문턱까지 가게 되지만, 마지막에 무릎을 꿇게 된 상황. 이 모든게 너무나 극적입니다. 만일 픽션이었다면, "줄거리가 말도 안돼~"라고 했을 겁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인유 섭터들의 외침으로 끝납니다. "사랑한다! 인천!"

ps.
2005 시즌 이후, 인유의 준우승을 이끌었던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습니다. 이유는 구단의 재정 사정 때문이죠. 4년이 지난 지금도 인유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태이며, 조금이라도 두각을 나타낸다 싶은 선수들은 여지없이 다음 시즌에 타 팀으로 팔려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참고로 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두 번 보고 DVD까지 샀습니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든 구단 재정에 보탬이 될까 싶어서요^^ 영화 수익이 구단에도 분배되는진 확인하지 못 했습니다. 가장 큰 수익은 팀이 많이 홍보되었다는 점이겠죠?

영화를 보면 몇 몇 현 국대 선수들의 무명 시절을 볼 수 있습니다. 김치우, 이정수, 최효진 등이 당시 인유의 젊은 피들이었죠. 

개봉 당시 이 영화는 독립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습니다. 총 관객 수는 3만9천명 정도 였다고 합니다. (위키백과 참조) 물론 지금 독립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은 '비상'이 아닙니다. 다 아시겠지만, 워낭소리가 넘사벽의 기록을 세워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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