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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여행, 방문기

홍콩 여행 둘째 날

by The Raven 2009.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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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6일

마카오를 가기로 한 날이다. 마카오행 제트보트 선착장이 있는 셩완역으로 가기 전, 시간이 남아 숙소 근처 구룡 공원에 갔다. 출근 시간대라 공원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공원 직원으로 보이는 몇몇이 전부였고, 공원은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아침 일찍 나온터라 길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출근하고 있었다. 오늘은 화요일이다. 나도 휴가가 아니었으면, 저렇게 바쁘게 출근하고 있었을텐데... 문득 휴가 중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구룡 공원 옆 로열 퍼시픽 호텔을 잠시 기웃거리다 너무 더워 하버시티로 피신 =3=3=3 이 곳에서 잠시 쉬었다 다시 침사추이 역을 향하였다. 침사추이 역으로 가기 전, 레코드 가게가 있어 잠깐 들렸다. 홍콩에 온걸 기념해서 CD를 한 장 샀다. 홍콩에선 누가 인기가 있는지, 어떤 앨범을 사야할지 몰라 걍 앨범 표지 사진이 예쁜 미녀 가수의 CD를 샀다;;;

11시 Ryu를 만나 제트보트를 타러 갔다. 제트보트는 50분안에 마카오로 가는 쾌속선인데, 편도 134$이었다. 선착장 입구에선 수많은 여행사 직원들이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는데, 여행사를 통해 표를 끊으니 130$이었다. 제트보트를 타기 전, KFC에서 통닭 사들고 들어갔는데, 배 안에서 뜯는 닭다리 맛는 최고였다. 마카오는 홍콩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매우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였으며, 유럽의 분위기가 훨씬 많이 났다. (홍콩은 현대적인 도시란 느낌은 들어도 유럽의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물론 그게 당연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선착장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는데, 가장 이색적이었던 건 학생들의 교복이었다. 마카오에선 어딜 가나 학생들의 교복 색깔이 하나같이 삶아빤듯 깨끗한 하얀 색이다. 그래서 멀리서 봐도 '아 쟤네들은 학생'이란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우린 세나도 광장에서 성 바울 성당쪽으로 이동하였다. 세나도 광장엔 역시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마카오에서는 요즘이 한창 선거철인지 가는 곳마다 입후보자 포스터를 볼 수 있었다. 성 바울 성당으로 향하면서 우리는 양 옆으로 유럽식 건물들이 서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야 했는데, 유럽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였다. 관광객이 많은 만큼 호객행위하는 상점도 많았다. 이들이 주로 파는 건 육포와 과자였다. 육포는 돼지고기 포가 소고기 포보다 싸면서 더 맛이 있었고, 과자는 아몬드? 땅콩?이 들어 있는 쿠키류였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과자 한통을 샀다. 20$) 성 바울 성당의 현재 모습은 성당이라기 보단 성당 터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17세기 초에 만들어진 이 성당은 1835년에 화재로 소실되어 지금은 건물 정면의 벽(파시드)과 계단만 남은 상태이다. 성 바울 성당 옆에는 몬테 요새가 있었다. 성당에서 몬테 요새로 가는 중간에는 작은 공원이 있었는데, 아마 이번 여행을 통틀어 우리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닌가 싶다. 카지노를 여행 항목에서 제외한 우리는 버스를 타고 경견장을 갔다. 버뜨, 그날 개 경주는 없었다. 대신 그 옆에 재래 시장이 있어, 현지인들이 사는 일상 모습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게 더 해외 여행스럽지 않냐는 위안을 하며 마카오를 빠져나와 홍콩으로 돌아갔다. (중간에 포르투갈 축구 선수 출신의 아저씨와 마카오 현지인 아줌마가 운영하는 정통 포르투갈 음식점을 찾아가는 여정이 있었으나, 여기선 생략.)

홍콩으로 돌아와 완차이에서 우린 말레이지아식 해물 라멘을 파는 가게에 갔다. 이 곳은 Ryu가 강력 추천한 곳으로 그는 나중에 자기가 한국에 돌아가면 꼭 요런 새우 라멘 가게를 열어 떼돈 벌겠단다. 사실 한국엔 이미 라멘집이 넘치고 넘쳐 그냥 흘러 들었었는데, 실제 이 곳 새우 라멘을 먹어보니, 여기에 또 다른 신세계가 있었다! 라멘은 라멘인데, 일본 라멘처럼 느끼하지 않고 얼큰하면서 한국 라면처럼 스프 맛이 아닌 실제 해물맛이 느껴지는게 정말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맛이었다. 면이 좀 덜 쫄깃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것만 개선하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대박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곳에서 난 새우 칠리 소스를 한 병 샀다. 28$

저녁을 먹고 우리는 중국식 디저트를 먹을 겸 해피 밸리로 향하였다. 해피 밸리로 가기 위해 트램을 탔는데, 요게 또 하나의 묘미였다. 트램은 속도가 느려서 그런지 현지인들은 많이 이용을 안 하는듯, 매우 한산했고, 그래서 우리는 이층에서 편하게 바깥 풍경을 보며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트램에서 바라보는 홍콩은 정말 영화에서 보던 홍콩의 모습 그대로였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어지럽게 걸려있는 현대적인 도시와 100년도 더 된 골동품같은 트램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게 신기했으며, 마치 트램을 타는 순간만큼은 시간이 천천히 가는 느낌이 들었다.

해피 밸리는 홍콩의 부유층이 주로 사는 동네라고 한다. 우리로 치면 강남 잘 사는 동네쯤 되는 것 같다. 중국식 디저트는 그 종류가 무척 다양했다. 그 중 난 쌍화탕에 삶은 달걀이 들어있는 것(이름은 모른다;)을 주문했고, Ryu는 망고가 들어간 화채 같은걸 주문했다. 아, 이 날은 수요일이었는데, 홍콩에선 매주 수요일 밤에 경마 시합이 있다고 한다. 해피 밸리로 오는 길에도 환하게 불이 켜진 경마장을 지나쳐 왔는데, 이 가게에서도 TV에서 경마 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홍콩 사람들은 경마를 좋아하는 듯 하다. 경마장도 갈까 했으나 이미 시간도 많이 늦었고, 무엇보다 마카오에서 너무 걸어 피곤한 나머지 우린 이 정도로 둘째날 홍콩 관광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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