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안영옥 옮김)
- 발행 년도: 2014년
- 출판사: 열린책들
- 분야: 소설
- 매체: 종이책
모두가 한번쯤 이름은 들어봤지만 읽어본 적은 없는 책
흔히 고전을 이렇게 부르곤 하는데 나도 이 정의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돈키호테가 딱 그런 책이다. 로시난테을 타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소설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어본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고 최근들어 이렇게 이름만 알고 있었던 고전들을 하나씩 클리어 해보자는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원래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1, 그러니까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를 쓴 후 속편을 쓸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돈키호테가 출간된 후 에스파냐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초대박을 치자 돈키호테를 주인공으로 한 온갖 가짜 후속작이 범람하게 되었고 당연히도 세르반테스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1990년대 드래곤볼이 엄청난 인기를 끈 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희미했던 한국에서 수많은 종류의 드래곤볼 불법 해적판이 돌아다녔었는데, 당시 돈키호테도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다.
특히 돈키호테1은 특허권이 카스티야 지방으로 한정되는 바람에 유럽 대륙에서 아무리 소설이 인기가 있어도 세르반테스에겐 아무런 금전적 이득이 없었다. 심지어 카스티야 밖에서 출판된 해적판이 역으로 카스티야에 유입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결국 세르반테스는 이 모든 걸 정리하고자 돈키호테1이 출판된지 10년 만에 속편 '기발한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를 썼고 속편은 전편의 평가를 넘어서며 저품질의 해적판들을 압살하였다.
돈키호테의 플롯은 매우 단순하다. 편력기사 소설에 심취한 나머지 소설 속 판타지를 현실로 믿어버리게 된 망상장애 몰락 귀족 돈키호테와 그의 허황됨에 동조된 산초 판사가 모험을 떠나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서 사고를 치고 다니는 로드무비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플롯 안에는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와 산초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다 때론 동정하기를 반복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이 분별심 잃은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하도록 만든다.
내가 찾지 못한 소설 속 재미와 의미가 더 많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1. 돈키호테의 '기사 소설에 대한 비상한 기억력'과 그에 대비되는 어처구니 없는 망상, 그리고 또 거기에 대비되는 정의로움
2. 그런 돈키호테를 걱정하고 도와주는 한편 그를 비웃고 골탕먹이는 주변 인물들
3. 제3의 인물들이 액자식으로 들려주는 회상 이야기
특히 제3의 인물들(산에서 만난 목동, 카르데니오, 루스신다 등)이 들려주는 회상 이야기가 의외로 소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주로 남녀 간의 사랑, 질투, 회한에 대한 이야기로 당시 에스파냐 사람들이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이제 1편을 다 읽었고, 2편에 막 들어왔는데 속편까지 다 읽고 남기고 싶은 생각은 이후 포스트에서 적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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